'축하합니다. 합격하셨습니다.'

저는 학점이 부족해 학교생활과 편입준비를 병행했습니다. 가을 학기 21학점을 꽉꽉 채워 듣고도 겨울 계절학기 수업을 들어야 했구요. 편입시험 전날과 시험 당일까지 학교와 시험장을 오고 갔던 것들이 떠오르고 ‘고대합격‘ 문구와 함께 가슴이 뭉클하며 뜨거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고대... 고대...’ 그 동안 가슴 졸이며 기다려온 긴장이 탁 풀리면서 탄성이 나오더군요.

저는 합격을 위한 비법을 알려드리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고려대에 합격했으니 '이렇게 하면 고려대에 합격 할 수 있다'라고 주제넘은 조언을 드릴 생각도 없습니다. 저보다 열심히 준비한 분도 많고, 제가 공부한 방법이 모든 분께 맞는 정석은 아닐 테니까요. 허나, 밝히기 부끄럽지만 어떻게 공부했는지를 알려드리면, 여러분과 같이 상위권대 편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여러분의 경쟁자들이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를 짐작해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자극이 되어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후기를 올려봅니다.

잇따른 실패 끝에 찾아온 기회

2003년, 서울소재 D대에 입학한 후부터 저는 재수를 결심했습니다. 좀 더 좋은 학교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군요. 그러나 결과는 재수, 삼수, 사수...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록 달라진 것은 연이은 실패로 피폐해진 제 자신 밖에 없었습니다. 동기들이 4학년 졸업반인데 저는 그제야 2학년을 시작하고 있었고, 더 이상 수능을 고집할 수도 없었습니다. 설령 새 학교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다시 1학년부터 시작할 자신도 없더군요. 떠나려고 마음먹던 학교에서 하는 수 없이 수업을 듣자니 의욕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알게 된 편입! 갑자기 머릿속이 번쩍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1학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수능과 달리 편입학을 하면 3학년 입학이라는 것이 큰 메리트이기도 했구요.

편입을 시작하는 다른 분들처럼, 여러 학원들 중에 K모 학원과 해커스편입학원으로 좁혀놓고 고민하다가 해커스편입학원에 등록하였습니다.

의지가 약한 저에게는 DT, WT, MT처럼 주기적으로 시험을 본다는 것이 장점이었습니다. 한 강의실에 100명이 넘게 들어가는 K학원에 비해 한 반 정원이 적어서 수업 분위기도 좋을 것 같았구요. 다른 학원들과 달리 스터디가 활성화 되어있다는 점도 해커스편입을 선택하는데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문법은 운! 단어는 찍기?!

학원을 등록하고 반 배치고사를 보는데, 첫 문제인 단어부터 모르는 것투성이였습니다. 저런 단어가 있었나 그저 찍기에 바빴던 것 같네요. 문법문제는 봐도 뭐가 문젠지 감도 잡히지 않고- 50문제 가량 푸는 동안 뭘 어떻게 풀었는지 모를 정도로 편입을 시작할 당시 제 영어실력은 엉망이었습니다. 고려대는 커녕 서울에 있는 대학도 불가능한 점수였을 겁니다.

반 배치고사의 난이도를 체감하고 나니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들었지만, 박상욱 교수님의 차근하게 설명해주시는 문법 수업과 졸릴 새 없이 ‘형광 펜 팍팍~’을 외치시며 수업에 집중하게 만드는 앤드류백 교수님의 어휘수업은 그런 걱정이 기우였음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중간 중간 지루할 때쯤 즉흥연기로 단어설명을 해주신 앤드류백 선생님 덕분에 어찌나 웃었는지 모르겠네요. 다른 생각 않고 그렇게 수업만 따라가다 보니 어느 정도 기초가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럴 때쯤 학교 중간고사가 다가오고, 시험 준비를 하다 보니 학원수업은 거의 못 들었습니다. 21학점을 채워 들으니 중간고사준비만으로 벅차더군요. 한 달가량을 학원수업을 제대로 못 들으니 조바심이 났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편입영어를 공부하는데 저는 화학시험공부, 발표준비, PPT작성을 하고 있으니 안달이 날 수 밖에요.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니 한 달 동안 뒤처진 기분이 들어서 이전보다 더욱 영어에 매진했습니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더군요. WT, MT, KUET점수를 보면 항상 단어와 문법점수가 상대적으로 안 나오는 편이라 기말시험 전까지 잡아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말고사 1달 동안 영어를 또 놓고 있을 생각을 하니 자연 긴장이 되고 맘을 독하게 먹게 되더군요.

단어/문법 이렇게 준비했습니다.

재학생들은 시간이 추석연휴, 중간/기말고사 전후밖에 없습니다. 추석 연휴가 1주일가량 되는데 이때 학원교재 문법파트를 복습하고 포스트잇으로 질문할 부분, 다시 새겨봐야 할 부분을 표시해 놓았습니다. 질문할 것만 100문제 가까이 되었습니다. 표시한 포스트잇으로 책 옆면이 알록달록 할 정도가 되더군요.

연휴가 끝나고 교수님께 모아둔 질문을 들고 갔는데 한 번에 많은 질문을 하다 보니 풀이를 잊을 거 같아서 MP3로 교수님 풀이를 녹음해서 다시 듣고 복습했습니다.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질문하기를 망설였는데 설명을 다 듣고 나니 잘했다 싶더군요. 여러분도 모르는 게 있으시면 주저 말고 교수님께 들고 가세요. 틀린 데서 계속 반복해서 틀리는 경우가 많으니까 ‘설마 또 나오겠어’ 하지마시고 모르는 것은 꼭 집고 넘어가세요.

단어는 처음부터 시험전날까지 꾸준히 하셔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처음에 단어 우습게보고 대충했다가 나중에서야 깨닫고 단어에 비중을 두고 시간 들여서 외운 경우입니다만, 단어는 벼락치기가 안 되는지라 마지막까지 걸림돌이 되더군요. 단어가 안돼서 독해, 특히 논리완성, 심지어 문법도 안 되는 경우가 생기더라구요. DT 가볍게 여지기시 마시고, 미리미리 단어 스터디 만들어서 공부하세요. 스터디에 벌금을 걸고 하는 팀도 많았는데, 벌금이 쌓여서 한두 명 안 나오고 유야무야 흐지부지 되는 경우를 봐서 제가 있던 스터디는 성적벌금 대신에 테스트 3회 불참시 팀원에게 음료수 사기 이런 식으로 참석하는데 비중을 두고 운영했습니다. 이 방법도 꾸준히 하는 데에 나름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험이 임박할수록 멀뚱멀뚱 서서 버스에서 시간 보내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단어장을 보기위해 저는 버스대신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저 뿐만 아니라 제 주위 여러분들이 단어 때문에 지하철을 타시더군요. 밥 먹는 시간, 이동시간을 아끼려 할 만큼 다들 열심히 합니다. 남들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하셔야 합니다.

저는 주로 학원 자습실에서 공부했는데, 집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저에겐 한 시간 공부를 하더라도 억지로 학원에 갔습니다. 컴퓨터, TV를 비롯해 방해꺼리가 많아서 집에서는 그마저도 힘들더라구요. 자습실에 도착하면 ‘9시~11시‘ 이렇게 앉아있을 텀을 정해서 시간을 적어놓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꾸준히 하려고 했습니다. '저 2시간을 못 버티면 편입하지 못한다.’고 되뇌고 버텼습니다. 처음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에 가고 싶고 집중도 안 되고 산만했는데, 버티다보니 점점 2시간을 보내는 게 수월해 지더라구요.

절대 공부량을 늘리려면 쓸데없는 시간을 줄이셔야 할 겁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자리에서 한번 일어나면 집중하는데 시간이 필요할거구요. 꾸준히 앉아서 공부하는 것에 익숙해지세요.

수면시간에 대해선 잠을 푹 자야 기억을 잘한다는 말이 있는데, 저는 학교생활과 병행하다보니 절대적으로 공부량과 시간이 부족했던지라 선택의 여지없이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공부 했습니다. 4당5락이라고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이 맞나 한번 두고보자라는 심정으로 밤에는 4시간 이하로 잤습니다. 부족한 잠은 점심 후에 10분 내지 정말 졸릴 때 10분, 토막잠으로 보충했습니다. 10분이 딱 좋더군요. 더 길면 되려 피곤하고 졸음을 깨기가 어렵더라구요.

Trust Yourself!

재능. 노력. 운. 3가지가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능이 천부적인 것이라 어쩔 수 없다면,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노력뿐이고, 노력을 하지 않아 준비되어있지 않다면 운 역시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힘이 들 때는 교수님이나 담임선생님께 찾아가서 조언을 구하세요. 저 역시 담임선생님과 교수님의 격려 덕분에 끝까지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힘내세요! 시험으로 가는 중간 중간 뒤처질 때도 있겠지만 그것으로 실망하지마세요.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을 생각해보세요. 중간 체크포인트의 성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말 그대로 체크포인트일 뿐이죠. 결과를 속단하지 않고 결승점에 자랑스럽게 들어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그 끝에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재능은 노력을 당해내지 못하니까요.

모든 것을 이루어낼 힘은 여러분 안에 있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