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재학생과 수험생의 신분을 넘나들며 준비한 편입은 지옥이었지만 그 과정을 겪은 지금은 지난 힘든 시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고3시절 잘못된 입시 지원으로 인해 원하지 않는 대학, 원하지 않는 학과에 입학한 저는 대학교 입학 전부터 편입에 뜻을 두고 있었습니다. 아직 편입이 뭔지는 몰랐지만 대학2년간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기본이 학점이라는 생각에 대학 공부에 죽을 힘을 다했고 평점도 높게 받았습니다. 본격적으로 1학년 겨울부터 해커스편입학원 수강을 했습니다. 1년가량을 종로와 함께 보낸 셈이지요. 외고를 졸업한 저로써는 나름대로 영어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야말로 거만한 생각일 뿐이었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영어 단어에 기가 확 죽었고 느낌으로만 풀었던 독해와 문법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Essential-General과정을 수강하는 약 4개월간을 예습, 복습에 주력하면서 기본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매주 있는 weekly test 와 매달의 monthly test에 친구들끼리 경쟁이 붙어 그 때부터 예습 복습을 하느라 새벽2시정도에야 잠을 이루곤 했습니다. 제가 공부를 시작한 1,2월부터 이렇게 까지 한 이유는 3월이되면 학교를 다니며 영어공부를 해야하는 상황이라 남들보다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가 이제와 느끼는 바로는 적어도 5월 6월 까지는 초조해하지 마시고 그야말로 기본에 충실하시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당사자 입장에선 한없이 불안하단거 압니다. 초반에 너무 진을 빼버리면 한창 스퍼트를 올려야할 여름방학 시기와 막판에 지쳐 떨어지실 경우도 크다고 봅니다.

학교가 개강한 이후로는 저녁반을 들으면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 특히나 시험기간에는 더없이 부담이 되었습니다. 많은 눈물을 흘리곤 했지만 그때 마다 학원의 교수님부터 시작해 담임선생님이신 김한상 선생님께서 학원 선생님 그 이상의 역할을 해 주셨습니다. 이런 마음적인 교류가 제가 종로에 남아있었던 또다른 이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2학기에 접어들면서는 종로의 가장 큰 메리트라 할 수 있는 특별반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 수업을 주 2일로 몰아서 오전반을 수강했습니다. 학교가 주 2일인 지라 한루에 10학점을 듣고 야간수업으로 5학점을 듣는 식의 생활을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어떤 생활방식으로 공부를 했는지 주변 정황을 알려드렸고 구체적으로 공부한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어휘>>

1,2월 두달간은 학원단어집만 죽어라 봤습니다. 많이 틀려도 하나이상은 틀리지 않도록 외우고 또 외웠고 데일리를 다 모아두었다가 한달에 한번 정도 넘겨보면서 기억 안나는 것은 다시 체크하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3월부터는 스터디 조원들과 함께 MD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한5,6번 정도를 본 것 같네요. 하지만 첫 번째 두 번째 볼 때에는 예문에 나와있는 문장까지 해석해 가며 숨어있는 어휘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가 MD를 봤다고 말씀 드리는 것은 학원의 단어를 기본으로 한 상태입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올 시에는 종이사전을 찾아가며 용법과 예문도 확인해두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시간도 없는데 왜 그러냐는 얘기도 들었지만 초반에 이렇게 해 둔 것이 나중에 남들 모를 때 혼자만 그 용법이 눈에 익은 그런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학원에서의 단권화는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특강과 더불어 듣는 수업이 효율적이었습니다. 교수님의 재밌는 설명과 더불어 어려웠던 단어도 쉽게 머릿속에 남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공부를 어느 정도 하시다 보면 한 단어만 봐도 동의어가 두세개는 기본으로 떠오르실 겁니다. 그러면 단권화책에 연필로 추가추가해 가면서 다음에 봤을 때 연필로 적어뒀던 단어를 확실히 기억한다면 지우개로 지워나가며 그렇게 저만의 단어장을 만들어 시험장까지 들고갔었습니다.

<<문법>>
저는 문법 문제집을 한 권도 산 기억이 없습니다. 오로지 학원에서 나눠주는 교재와 프린트로만 공부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양이 방대하고 공부할 것이 충분한데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두께가 30cm가 족히 넘을 정도의 제 파일 속에는 1,2월에 받았던 기본 문법 프린트들이 들어 있습니다. 이 프린트들로 나중에 공부할 때 모르겠는 개념을 그 파트에서 찾아보며 옛날 공부했던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수업 전 교재 문법은 꼬박 꼬박 풀어갔고 수업시간에 다루었던 내용은 한 시간 가량 복습도 꼭 했습니다. 문법에 있어서 답답함을 느끼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모르는 것은 넘어가지 마시고 교수님들께 꼭 여쭤보시기 바랍니다. 하나를 얻으시려다가 두 세개를 더 얻으시려는 본인을 발견하실 겁니다.


<<독해>>
전 독해가 가장 자신이 없었습니다. 종로에서 전문으로 하고 있는 KUET모의고사를 치기 전에도 항상 독해가 어려울까 전전긍긍하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 저를 대상으로 Mind Control을 벌인 적도 있습니다. 모의고사가 있기 전, 가볍게 풀 수 있는, 눈으로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지문들을 먼저 읽습니다. 그러면 긴장됐던 마음이 풀리면서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독해를 읽으면 이해가 잘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반면 너무 긴장을 하면 내 눈의 속도와 내 머리가 이해하는 속도가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시간만 축날 뿐 문제는 전혀 풀 수 없었습니다. 독해는 심리전입니다. 누가 자신감 있게 편안한 마음으로 지문을 접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죠. 교재 독해또한 예, 복습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복습을 할 때에는 한번은 빨리 읽고 한번은 그 지문 속에 내가 출제자라면 어떤 문법내용을 시험으로 내 볼까 하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읽어봤습니다. 물론 독해 지문이라 문법이론을 어기는 부분도 대다수지만 그거에는 연연하지 않고 체크만 하고 넘어갔습니다. 나중에는 거로문제집을 구입하여 풀어 보려했으나 제 생각에 장지문은 크게 도움이 되진 않는 듯 합니다. 한글로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그런 지문을 접하면 독해에 대한 거부감만 더 들 듯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뒤에 있는 actual test를 저 혼자 한 파트를 찢어서 대략 시간을 잡은 후 풀었다가 채점하고 다시 한번 보는 식으로 봤습니다. 나머지 독해 공부는 학원에서의 모든 프린트와 매주 있었던 모의고사를 분석함으로써 메워나갔습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자기만족과 자기 계발을 위해 편입을 선택하신 모든 분들을 존경합니다. 시도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수험기간이라 생각합니다만 결과 까지 좋으면 일석이조겠지요. 준비하시는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유혹의 순간이 있으실 겁니다. 재학생 같은 경우 학교에서의 생활은 포기하시고 혼자 수업 듣는 것도 감수하셔야 할 테고, 친구들과의 연락을 비롯해 문화생활도 포기하셔야 합니다. 새벽5시에 기상해 집에 돌아오면 늦을 경우 새벽1시였습니다. 지치고 힘들고, 과연 내가 이런 고생을 해서 나중에 합격을 할 수 있을까 너무 불안하실 거 압니다. 방법은 하납니다. 재미를 찾아나가세요. 공부하는 재미. 몰랐던 단어가 눈에 보이고 몰랐던 구문이 눈에 보이고 어려운 독해지문을 스스럼없이 읽어나가는 자신에게서 기쁨을 찾으세요. 그리고 생각해 보세요. 편입이란 길을 누군가가 자신에게 강요했는지. 제게도 만약 부모님이 강요하셔 억지 춘향 식으로 공부를 해야 했다면 견뎌내지 못했을 겁니다. 그 누구도 아니고 제 자신이 하고 싶어 선택한 고생길이었기 때문에 해낼 수 있었습니다. 고진감래라고 했습니다. 내년 이맘때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저처럼 합격 수기를 쓰시는 영광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힘들어할 때마가 격려해주신 존경하는 김한상 선생님, 떨어져 있어도 늘 힘이 되주신 박성재 선생님, 놀리시긴 했지만 늘 아껴주셨던 구완석, 한태영 교수님, 멀리서 건투를 빌어주신 박상욱, 앤드류, 강성중,심진, 김응석 교수님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